<파묘> 이후 기대되는 한국영화 <댓글부대>
- 2024년 3월 27일에 개봉한 <댓글부대>는 온라인 여론 조작의 현실을 그려낸 범죄 스릴러이다. 상영시간은 109분이며, 15세 이상 관람가이다.
- 해당 영화는 안국진 감독이 연출하였다. 안국진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행복해질 수 없는 현실을 그린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연출한 감독이다. 주연배우는 손석구, 김성철, 김동휘, 홍경이 출연하였다.
- 아쉽게도 <댓글부대>는 쿠키영상은 없다. 영화 크레딧이 보이면, 바로 퇴장해도 된다.
주요 등장인물
- '임상진'(손석구)는 기자로, 대기업의 횡포를 고발하는 기사를 썼지만 오보로 몰리고 정직당한다. 하지만 '댓글부대'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 '찡뻣킹'(김성철)은 댓글부대 '팀 알렙'의 리더로, 돈을 벌기 위해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 '찻탓캇'(김동휘)은 댓글부대 '팀 알렙'의 멤버로 임상진 기자에게 '댓글부대'의 존재를 제보하는 인물이다.
- '팹택'(홍경)은 댓글부대 '팀 알렙'의 멤버로 온라인 여론 조작의 위력을 체감하고 점점 더 빠져들게 되는 인물이다.
뒤섞인 거짓과 진실, 커져가는 의심
사회부 기자 ‘임상진’은 중소기업 대표의 제보를 받고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취재한다. 제보의 내용은 중소기업의 입찰 성능 테스트에서 대기업의 방해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상진은 상사를 설득해 기사를 내지만 오보로 판명되며 수많은 네티즌들의 악플을 받고 결국 정직당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제보자가 찾아온다. 자신을 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댓글부대 ‘팀알렙’의 멤버라고 소개한다. 자신들에게 접근해 사건을 의뢰한 사람이 '만전' 기업 사람이었다고 얘기하며, 어떤 사건을 맡아 어떻게 여론조작을 했는지 얘기해 준다. 과연 이 제보는 어디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일까?
<댓글부대> 실화 사건 정리
1)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
해당 영화는 정강명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되었으며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댓글부대>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이다. '국정원 여론 조작 사건'은 2012년에 대선 승리 등을 목적으로 국가정보원과 국방부를 이용하여 주도적,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한 사건이다. <댓글부대>는 해당 사건을 재현 및 각색하여 표현하였다.
2) 경쟁업체 전파 방해 사건
영화 속 만전 기업의 '경쟁업체 전파 방해 사건'도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실제로, 2004년 한 대기업 직원들이 '고속도로 요금 자동징수 시스템' 입찰에 참여한 경쟁사의 성능시험을 방해하여 실형 선고를 받은 적이 있다. 해당 사건 관련 기사는 링크로 첨부한다.
영화에서 2002년 온라인상에서 처음 촛불집회를 제안했다고 소개되는 네티즌 ‘앙마’도 실존 모델이 있다. 실제로 '앙마'는 30살 학원강사이다. '앙마'는 첫 촛불시위가 3일 전에 인터넷 커뮤니티에 촛불시위를 호소한 글을 올렸고 그 글이 3일만에 인터넷 곳곳으로 퍼져서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으로 모이게 된 것이다.
감독 인터뷰 및 관람 포인트
<댓글부대>는 인터넷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처럼 보이는 여론이 실제로는 누군가가 조작한 결과일 수 있다는 의심을 제기하는 영화다. 안국진 감독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모든 걸 의심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되도록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을 집어넣어 관객이 '저것도 진짜인가?'라고 의문을 품을 만한 지점들을 숨겨놨다고 한다. 안감독은 "이야기 전체를 복기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의심하게 되고, 그 혼란 속에서 영화적 쾌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볼 때 어디까지가 실화이고, 어디까지가 영화적인 스토리인지 구분하며 뒤섞인 '진실과 거짓'을 구분해 보는 것도 관람포인트일 것 같다.
원작 소설과 차이점
영화의 원작인 소설 <댓글부대>는 기자 출신인 장강명 작가의 작품이다. 해당 소설은 인터넷 커뮤니티와 커뮤니티 활동에 대한 해박한 작가의 이해도를 바탕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현실감 있게 묘사했다. 소설에서 실제 발생한 사건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인지 허구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평이 많다. 영화를 재밌게 봤다면, 소설을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안국진 감독은 소설 원작과 많은 부분 다르다고 말하며, 원작에 비해 조롱의 감정이나 블랙 코미디의 요소가 많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또한, 원작에는 인터넷 너드(오타쿠)가 기자에게 제보하는 내용이 있는데, 영화에서는 정보를 왜곡하는 세력과 진실을 추구하는 기자 간의 대립 관계를 더 부각하기 위해 '찻탓캇'이 제보하는 구성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관람평 및 추천 여부
우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영화 속 사건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구성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온라인 커뮤니티의 정보들과 댓글들을 믿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사회에는 내가 모르는 불편한 진실들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반면, 영화가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 점은 매우 아쉬웠다. 영화가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의 '정보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댓글부대> 관람을 추천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생각해 볼 포인트
1) 현대 사회에서 나는 어떻게 정보를 선별할 것인가
요즘 사회는 정보가 너무 넘쳐나서 오히려 어떤 정보를 선별해서 받아들일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 것 같다. 특히, 댓글이나 커뮤니티의 글들은 교묘하게 거짓된 섞인 정보들이 많기 때문에 정보를 선별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정보를 비판없이 수용하기 쉽다. 올바른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정보를 습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 타인을 공격하는 한국 커뮤니티 문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대한민국에서 인성적으로 약점을 보이는 것은 비난의 타깃이 된다. 인성적인 약점이 보이면 익명의 수많은 네티즌이 판사가 되어 비난하고 악플을 남긴다. 이러한 커뮤니티 문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한국 사회는 '내가 어떻게 사는지'보다 '남들에 비해서 내가 어떻게 사는지'가 더 중요하다. 남들보다 더 잘 살아야 하고, 남들보다 잘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남과 비교하는 문화가 나보다 잘난 사람이더라도 '인성적인 부분에서 나보다 부족해'라는 생각으로 잘난 사람을 낮춰 신렬히 비판하는 문화를 낳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